[fn사설] ‘세금폭탄’식 지하경제 양성화는 곤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03 17:04

수정 2013.04.03 17:04

기획재정부가 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135조원에 달하는 공약 이행 재원의 조달 방안을 중심으로 업무보고를 했다. 재정부는 135조원 중 53조원은 세입 확충으로, 82조원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특히 지하경제 양성화를 세입 측면의 대표적인 화두로 꼽고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0~25%인 지하경제 규모를 10~15%로 대폭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날 국세청과 관세청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골자로 한 업무보고를 했다.

재정부와 국세청의 보고를 보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강화되거나 새로 도입된다. 이르면 6월 말부터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기준이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아지고 대상업종에 귀금속, 웨딩 관련 업종, 이삿짐센터 등이 추가된다.

또 전자세금계산서 의무발급 대상 개인사업자가 연간 공급가액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변칙적인 상속·증여와 재산 은닉을 막기 위해 간접적인 재산 이전까지 증여세 대상으로 삼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강화된다. 불성실 납세에 대한 과태료는 60배로 인상된다.

보고 내용대로라면 앞으로 한바탕 지하경제와의 전쟁이 벌어질 듯하다. 물론 정부가 잡은 지하경제 양성화의 방향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마구잡이식 양성화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얼굴 감춘 '큰손'이 주무르는 '검은 돈'만이 지하경제가 아니다. 세금 내지 않는 모든 거래가 지하경제다. 노점이나 상점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다 지하경제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영세 사업자, 일용직 근로자, 소기업 같은 서민층도 해당된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인해 이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조세부담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다.

당장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확대는 많은 영세사업자들을 어렵게 할 것이다. 세원 노출로 세금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얼마 전 국회입법조사처는 지하경제 양성화 때문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이들 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책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재정부의 업무보고에는 서민들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이 뚜렷이 나와 있지 않다.

최근 국세청이 세금 안 내는 주식거래를 조사하기 위해 각 증권사에 올 1·4분기 개인 간 주식 장외거래 내용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큰손'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장외시장이 마비되고 이에 따라 벤처 캐피털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엉뚱하게도 벤처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증시에서도 국세청이 개인 거액 투자자들을 조사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 분위기가 경색되고 있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지하경제 양성화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서민을 위한 복지시책을 펼치기 위해 서민의 주머니를 탈탈 터는 아이러니를 낳지 않으려면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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